"평생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려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평생 절약해 모은 돈을 뜻있는 곳에 쓰게 돼 기쁩니다."
서울대 교수, 이화여고 현대고 교장, 남북적십자회담 대표, 국회의원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온 정희경(鄭喜卿·70) 청강문화산업대 이사장이 사회생활과 저술 강연활동 등으로 모은 7억3000만원을 모교와 사회단체 등 12곳에 기부했다.
고 이연호(李然浩) 남양알로에 회장의 부인인 정 이사장은 여유가 있으면서도 10년 이상 된 옷을 손질해 입고 비누칠은 세 번 이하로, 치약도 한번에 3㎜ 이상 짜서 쓰지 않는 등 몸에 밴 근검절약 생활로 유명하다.
정 이사장은 이번에 모교인 서울대 사대 교육학과, 아름다운재단, 한미사회문화발전협의회 등 5개 단체에 1억원씩을 기부했다.
"서울대 교육학과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여교수입니다. 1억원의 수익금으로 여자 대학원생 2명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여교수가 학과 교수 정원의 10%가 되면 여교수 연구비로 전액 기증할 계획입니다."
차세대 여성지도자 훈련을 위해 한국여성정치연맹에 5000만원을 지원했고 가정파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독거노인을 위한 의료비 지원에도 정성을 보탰다.
또 한국인이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면 정치 지도자를 길러야 한다고 판단해 정치에 뜻이 있는 유학생과 교포에게 연간 2만 달러씩 지원하고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연구를 위해 '세계거석문화협회'에도 5000만원을 냈다.
정 이사장은 "나이 70이 되니 내게 큰 돈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"며 "인생을 정리하는 '죽음연습'의 하나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계속 기부할 계획"이라고 말했다.
<이인철기자>inchul@donga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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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J 또 발 헛디뎌…마하티르총리 환영식 도중
김대중(金大中) 대통령이 23일 공식 방한한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공식 환영식 도중 발을 헛디뎌 몸의 균형을 잃고 잠시 휘청했다.
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앞에서 마하티르 총리를 영접한 뒤 사열대로 이동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 오른쪽 발을 헛디뎠으나 뒤따르던 수행부장이 부축해 넘어지지는 않았다.
김 대통령은 곧바로 정상을 회복해 혼자 계단을 내려가 의장대 사열 등 공식환영식은 물론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과 공식 환영만찬도 무사히 마쳤다. 다만 평소 고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왼쪽다리가 다소 불편한 듯 시종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.
김 대통령이 3월31일 왼쪽 허벅지 관절을 접질려 '대퇴부 염좌'로 고생하다가 회복된 뒤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. 김 대통령은 그동안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(4월9일)과 셀라판 라마나단 싱가포르 대통령(4월19일) 방한 때는 공식환영식을 생략하고 '약식'으로 치렀다.